[세계일보_사이언스리뷰] 베일 벗는 우주 탄생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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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7 / 1,312L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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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베일 벗는 우주 탄생의 신비
지난달 일단의 천문학자들이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우주가 초기에 급팽창할 때 발생한 중력파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00여년 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간의 모양을 변형시킨다. 특히 무거운 물체의 경우 인근 시공간의 기본 구조를 흔들어 마치 지진파가 전파되는 것처럼 중력파가 시공간의 물결 형태로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초기 아인슈타인의 계산에 의하면 이 중력파의 효과는 너무 미미해 결코 발견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우주를 관측할 때 필연적으로 섞이게 되는 잡음 속에서 매우 미세한 중력파 신호를 분리해내는 것은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이에 우주에서 엄청나게 크고 격렬한 사건과 관련지어 추적을 해야 하며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줘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에 산재한 망원경이 경쟁적으로 두 개의 블랙홀 간 충돌,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인 빅뱅과 연계된 관측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의 정수인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부터 138억년 전 빅뱅을 통해 탄생했고, 그 직후 찰나의 시간 동안에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했다고 한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남긴 미세한 흔적을 탐지하고자 하는 실험이 지난 10여년간 시도됐다.
2009년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스탠퍼드 대학교, 칼텍, 미네소타 대학교의 공동연구팀은 고도 2800m의 아문센-스콧 남극기지에 512개의 센서로 이루어진 차세대 전파망원경 바이셉2(BICEP2)를 설치했다. 그 후 3년간 이 망원경으로 우주로부터 오는 마이크로웨이브 및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을 거른 편광 신호를 관측했다. 특히 남극의 극한 환경은 온도와 습도가 낮고 대기도 덜 불안정한 데다 휴대전화 및 TV 등 전자기기의 방해가 거의 없어 미세한 마이크로웨이브 신호의 관측에는 최적지였다.
빅뱅 이후 방출된 막대한 에너지는 현재 마이크로웨이브 형태의 배경복사로 남아 관측이 가능한 우주를 균일하게 채우고 있다.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업적으로 1978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 이후 우주배경복사에 대해 더 정밀한 관측실험이 잇따라 진행됐다. 특히 우주배경복사 탐사선(COBE)과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 등 인공위성의 관측 결과는 우주 초기의 미세한 밀도 차이에 의해 비등방성의 온도변화가 거시적 우주의 뼈대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이 발견은 2006년에 우주배경복사 분야의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조지 스무트와 존 매더에게 선사했다.
우주의 급팽창 시 발생한 중력파는 아직도 우리 은하를 포함한 우주 전역에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남극에 설치된 BICEP2 망원경은 우주배경복사의 마이크로웨이브 편광관측을 통해 빅뱅의 비밀을 간직한 중력파의 파문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라이고(LIGO), 라이고2(LIGO2) 등과 같이 수㎞ 이상 규모의 첨단 레이저 간섭장치를 활용해 중력파의 근원까지 확인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지난 100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중력파의 존재에 대해 가장 확고한 증거를 확보하게 됐으며, 인플레이션 이론을 필두로 한 빅뱅 우주론의 틀도 성공적으로 확인됐다. 세계 과학계는 벌써부터 인플레이션 이론의 초기 제창자들과 이번 BICEP2 실험의 관련자 중에서 누가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를 점치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는 연이어 홈런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발견은 노벨상 수상을 넘어 우주의 시작에 대한 우리들 인식의 지평을 크게 넓히는 기념비적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은 빅뱅의 신비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개가를 올렸지만, 자연은 그 신비한 자태를 쉽게 다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왕성하고 끝없는 호기심이 앞으로 흥미로운 발견을 얼마나 더 이끌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아태이론 물리센터 소장
100여년 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간의 모양을 변형시킨다. 특히 무거운 물체의 경우 인근 시공간의 기본 구조를 흔들어 마치 지진파가 전파되는 것처럼 중력파가 시공간의 물결 형태로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초기 아인슈타인의 계산에 의하면 이 중력파의 효과는 너무 미미해 결코 발견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우주를 관측할 때 필연적으로 섞이게 되는 잡음 속에서 매우 미세한 중력파 신호를 분리해내는 것은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이에 우주에서 엄청나게 크고 격렬한 사건과 관련지어 추적을 해야 하며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줘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에 산재한 망원경이 경쟁적으로 두 개의 블랙홀 간 충돌,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인 빅뱅과 연계된 관측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의 정수인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부터 138억년 전 빅뱅을 통해 탄생했고, 그 직후 찰나의 시간 동안에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했다고 한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남긴 미세한 흔적을 탐지하고자 하는 실험이 지난 10여년간 시도됐다.
2009년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스탠퍼드 대학교, 칼텍, 미네소타 대학교의 공동연구팀은 고도 2800m의 아문센-스콧 남극기지에 512개의 센서로 이루어진 차세대 전파망원경 바이셉2(BICEP2)를 설치했다. 그 후 3년간 이 망원경으로 우주로부터 오는 마이크로웨이브 및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을 거른 편광 신호를 관측했다. 특히 남극의 극한 환경은 온도와 습도가 낮고 대기도 덜 불안정한 데다 휴대전화 및 TV 등 전자기기의 방해가 거의 없어 미세한 마이크로웨이브 신호의 관측에는 최적지였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아태이론 물리센터 소장 |
우주의 급팽창 시 발생한 중력파는 아직도 우리 은하를 포함한 우주 전역에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남극에 설치된 BICEP2 망원경은 우주배경복사의 마이크로웨이브 편광관측을 통해 빅뱅의 비밀을 간직한 중력파의 파문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라이고(LIGO), 라이고2(LIGO2) 등과 같이 수㎞ 이상 규모의 첨단 레이저 간섭장치를 활용해 중력파의 근원까지 확인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지난 100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중력파의 존재에 대해 가장 확고한 증거를 확보하게 됐으며, 인플레이션 이론을 필두로 한 빅뱅 우주론의 틀도 성공적으로 확인됐다. 세계 과학계는 벌써부터 인플레이션 이론의 초기 제창자들과 이번 BICEP2 실험의 관련자 중에서 누가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를 점치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는 연이어 홈런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발견은 노벨상 수상을 넘어 우주의 시작에 대한 우리들 인식의 지평을 크게 넓히는 기념비적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은 빅뱅의 신비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개가를 올렸지만, 자연은 그 신비한 자태를 쉽게 다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왕성하고 끝없는 호기심이 앞으로 흥미로운 발견을 얼마나 더 이끌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아태이론 물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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