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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이언스 에세이 - 빛과 아인슈타인의 성역, 김승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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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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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9월 26일] 빛과 아인슈타인의 성역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최근 세계적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OPERA 연구팀이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후 세계의 과학계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당혹과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100여년간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되어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성역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기적의 해인 1905년에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운동이나 광원의 운동에 무관하게 항상 일정하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현재 가장 정확한 빛의 속도 측정값은 진공 속에서 초속 29.9792458 만 km이다. 모든 전자기파와 질량이 없는 입자들은 이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단 빛의 속도는 공기나 유리 등 어떤 투명한 물질을 통과할 때에는 매질의 굴절율에 따라 느려질 수 있다고 한다.

보통 빛의 속도는 너무나 빨라 거의 순간적인 이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광대한 우주 공간의 긴 여행이나 매우 정밀한 실험을 하는 경우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사실이 측정 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밤하늘의 별들의 경우 이미 수년 전 또는 수십억년 전 과거에 우주의 먼 고향을 떠나온 빛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첨단 GPS 위치확인시스템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파가 위성을 떠나 수신기로 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현재의 거리와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낸다.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시공간 구조로 통합되었다. 여기서 빛의 속도라는 근본 상수는 시간과 공간 사이의 특별한 대칭 관계를 엮어준다. 거의 대부분의 현대 물리학 이론이 이 대칭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약 빛의 속도제한이 풀리면 현대 물리학은 첫 페이지부터 다시 써야한다.

또한 빛보다 더 빠른 입자로 시공간의 관계가 뒤섞이게 되면 시간여행이 가능한 타임머신 등 공상과학영화 속의 일들도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한국의 연구자들도 포함된 OPERA 국제공동연구팀의 원래 실험 목적은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중성미자란 입자를 검출하는 것이었다. 유령 입자라고도 불리는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이 없어 초당 수조 개가 우리 몸을 통과해도 감지가 안 된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땅 속 깊이 장치를 설치하면 지구를 이루는 물질과의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검출이 가능해진다. 이 연구팀은 스위스 제네바의 가속기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를 730km 떨어진 이태리의 한 지하 연구소로 보내어 검출에 성공했는 데, 예상외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더 빨리 도착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주류 과학계는 아직 OPERA 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신중론과 함께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수많은 도전과 검증을 견고하게 견뎌내었다. 이번과 같은 주장은 종종 있어왔지만 모두 측정상의 실수로 밝혀졌었다. 실제 중성미자의 속도 측정은 매우 정교한 실험과 분석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과제로 과학계 내외부에서 실험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과 공개적 토론이 이미 시작됐다. 몇몇 세계적 연구소에서 독립적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어 몇 달 내 이 논란이 종식될 전망이다.

과학에 성역은 없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누구나 그리고 어떠한 이론이나, 심지어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조차도 동료과학자의 검증과 비판의 대상을 벗어날 수 없다. 빛의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현대 과학의 뿌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설렘과 흥분 속에서 과학적 토론과 진보를 이루어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일보, 2011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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