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다산칼럼] 창직, 대학의 또 다른 역할 (김도연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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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 1,488L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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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미국의 많은 주립대학을 포함해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사립대학들도 소위 이런 ‘토지 불하(land-grant)’ 대학에 속하는데, 그 무렵 이들 대학에 요구된 사항은 농업과 기계기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학생군사교육단(ROTC)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농업은 당시의 먹거리 산업이었으며 기계기술은 미래 산업, ROTC는 국방을 위한 교육이었다. 국가가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육성하는 선(善)순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이다. 그런 측면에서 옛것을 익히고 거기에 기초해 새로움을 아는 것, 즉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앞으로도 대학이 영원히 지켜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대학의 핵심은 젊은이를 교육하는 일이다.
그런데 학생은 교육을 받고 떠나지만 평생을 대학에서 보내는 교수들은 지신(知新)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신(創新)에도 기여를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세기 말엽부터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자리 잡았는데, X선으로 1901년 첫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뢴트겐이나 그 후의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들의 연구는 모두 대학에서 이뤄진 것이다.
대학의 연구활동을 국가가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국방에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예를 들어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과 더불어 미국 공군은 비행 중에 얻어지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빠른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MIT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 결과로 1953년 탄생한 자기(磁氣)메모리는 그 후 산업표준이 됐고 IBM은 이를 이용해 처음으로 일반인을 위한 컴퓨터를 제작했다.
이처럼 엄청난 성과들이 대학에서 창출되면서 교육과 더불어 교수들의 연구활동에 큰 가치를 두는 연구중심 대학이 빠르게 발전했다. 미국에는 모두 3600여개 대학이 있는데, 이 중 연구중심으로 분류되는 대학은 100개 남짓으로 전체의 3% 정도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들 3% 대학이 전체 대학 연구비의 80%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중심 대학들은 21세기에 들면서 또 하나의 새롭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진화(進化)하고 있다. 즉, 교육과 연구라는 종래의 역할에 덧붙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직(創職) 등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국가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이다. 이를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가치창출(價値創出) 대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물론 대학은 경제 발전을 전담하는 조직은 아니지만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일은 잘해낼 수 있다. 실제로 당면 과제인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대학들이 벤처를 활발하게 설립하는 것뿐이다. 미국이나 영국도 최근에는 신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벤처들이 제공하고 있다. 창업 방식이나 경영학을 강의하거나 혹은 기업의 가치와 관행을 따르는 것만으로 가치창출 대학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연구성과를 얻어서 이를 사업화까지 추진하는 도전정신, 즉 기업가 정신이 가득한 대학문화 정착이다. 따라서 가치창출 대학을 지향하는 학내 구성원의 마음가짐과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및 사회의 관심과 응원도 필요하다. 가치창출 대학을 만드는 일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발전 전략이며 생존 전략이다.
창직, 대학의 또 다른 역할
경험과 지식 전달하는 교육
새로운 지식 만들어내는 창신
새 일자리를 만드는 창직
기업가정신 가득한 대학문화, 가치창출 대학 만드는 게 과제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새로운 지식 만들어내는 창신
새 일자리를 만드는 창직
기업가정신 가득한 대학문화, 가치창출 대학 만드는 게 과제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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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대학에
해당하는 고등교육 기관은 이미 1000년이 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는 극소수 귀족 청년들을 위한 작은 공간이었다. 이처럼 폐쇄적이던 대학이
많은 학생들에게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 때다. 대학이 필요로 하는 토지를 연방정부가 무상으로 불하하면서 대학의 대규모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미국의 많은 주립대학을 포함해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사립대학들도 소위 이런 ‘토지 불하(land-grant)’ 대학에 속하는데, 그 무렵 이들 대학에 요구된 사항은 농업과 기계기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학생군사교육단(ROTC)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농업은 당시의 먹거리 산업이었으며 기계기술은 미래 산업, ROTC는 국방을 위한 교육이었다. 국가가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육성하는 선(善)순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이다. 그런 측면에서 옛것을 익히고 거기에 기초해 새로움을 아는 것, 즉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앞으로도 대학이 영원히 지켜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대학의 핵심은 젊은이를 교육하는 일이다.
그런데 학생은 교육을 받고 떠나지만 평생을 대학에서 보내는 교수들은 지신(知新)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신(創新)에도 기여를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세기 말엽부터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자리 잡았는데, X선으로 1901년 첫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뢴트겐이나 그 후의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들의 연구는 모두 대학에서 이뤄진 것이다.
대학의 연구활동을 국가가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국방에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예를 들어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과 더불어 미국 공군은 비행 중에 얻어지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빠른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MIT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 결과로 1953년 탄생한 자기(磁氣)메모리는 그 후 산업표준이 됐고 IBM은 이를 이용해 처음으로 일반인을 위한 컴퓨터를 제작했다.
이처럼 엄청난 성과들이 대학에서 창출되면서 교육과 더불어 교수들의 연구활동에 큰 가치를 두는 연구중심 대학이 빠르게 발전했다. 미국에는 모두 3600여개 대학이 있는데, 이 중 연구중심으로 분류되는 대학은 100개 남짓으로 전체의 3% 정도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들 3% 대학이 전체 대학 연구비의 80%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중심 대학들은 21세기에 들면서 또 하나의 새롭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진화(進化)하고 있다. 즉, 교육과 연구라는 종래의 역할에 덧붙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직(創職) 등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국가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이다. 이를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가치창출(價値創出) 대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물론 대학은 경제 발전을 전담하는 조직은 아니지만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일은 잘해낼 수 있다. 실제로 당면 과제인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대학들이 벤처를 활발하게 설립하는 것뿐이다. 미국이나 영국도 최근에는 신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벤처들이 제공하고 있다. 창업 방식이나 경영학을 강의하거나 혹은 기업의 가치와 관행을 따르는 것만으로 가치창출 대학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연구성과를 얻어서 이를 사업화까지 추진하는 도전정신, 즉 기업가 정신이 가득한 대학문화 정착이다. 따라서 가치창출 대학을 지향하는 학내 구성원의 마음가짐과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및 사회의 관심과 응원도 필요하다. 가치창출 대학을 만드는 일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발전 전략이며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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