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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개 大學 '정부, 과학혁신 막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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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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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대·연대·카이스트·포스텍 공동선언문

"계량적 평가만으로 지원… 모험적 연구 위축시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 등 국내 이공계(理工系)를 대표하는 5개 대학이 "정부 지원 연구 과제를 평가할 때 계량적 평가에 치중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과학 연구 과제 선정·평가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5개 대학의 연구부총장들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합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들은 조만간 공동 선언문을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 선진국을 쫓아가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학술 논문 수가 세계 10위권에 이를 정도로 양적(量的) 성장을 이뤘지만, 연구 결과의 질(質)을 보여주는 논문 피인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연구·개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SCI(과학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 수(數) 등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평가해왔기 때문"이라며 "연구자들은 이런 풍토하에서 모험적 연구에 뛰어들기보다 이미 해 놓은 연구를 따라가며 지표 값만 채우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연구 사업 선정 및 업적 평가 때 '정성(定性) 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 수나 단기 실적 등을 계량화한 '정량(定量) 평가'보다 연구 주제가 도전적인지, 연구 취지에 맞게 성실히 연구를 수행했는지 등 연구 자체의 가치와 질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연구 과제 선정·평가도 관료나 비전문가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전(全) 세계 과학자들도 지난 2013년 5월 연구 성과를 계량화해 평가하는 과학계 풍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샌프란시스코 선언'을 발표했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이번 선언은 샌프란시스코 선언의 한국판인 셈"이라며 "고품질의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도록 하려면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비 쥔 정부가 2~3년내 실적 요구… 노벨상 나오겠나"

[오늘의 세상]
이공계 대표하는 주요 5개大 "연구 선정·평가시스템 바꿔라"

서울대는 전체 연구비의 85%, 카이스트는 62%를 정부에 의존
"R&D 예산 19조 집행하는 정부, 논문數 평가 등 통해 과제 선정…
지원금 끊기면 연구할 길 없어 과학자들이 획기적 시도 못해"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5개 대학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과학 연구에 대한 계량적 평가 관행을 개혁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로 한 것은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한국 과학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 등이 참여했다. 이 5개 대학을 포함해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연구비의 60~80%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문 수(數) 등 양적(量的) 평가를 통해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2~3년 안에 실적을 요구하는 정부의 평가 시스템 아래서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의 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등 국내 5개 대학은 “정부의 연구비 지원 과제 선정 때 논문 수나 단기 성과 같은 계량적 평가보다 연구 주제가 도전적인지 등 연구의 가치와 질(質)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5개 대학은 공동선언문에서 한국 과학기술계의 경쟁력을 '질적(質的) 정체' 상황으로 진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5년도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재작년 7위에서 2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연구원 수와 연구개발(R&D) 투자 등 양적인 투입 덕분이었다. 하지만 질적 성과라 할 기업 간 기술 협력(22위), 과학인용색인(SCI) 논문 피인용도(29위), R&D 투자 대비 기술 수출(26위) 등은 20위권 밖이었다. 지난 30년간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한 '따라 하기' 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질적 수준에선 한계 상황에 와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등 5개 대학은 이런 한계에 봉착한 주요인으로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양적 평가 풍토를 꼽았다.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과제를 선정하면서 논문 수나 연구 과제의 성공 여부 등을 계량 평가하는 관행이 우리 과학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성노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정부의 R&D 예산이 연 19조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관료가 연구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연구자들이 과제 선정에 적극 참여해 따낸 연구비는 1조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과학자들에게 강요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 자연대의 의뢰를 받아 이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진단한 해외 석학 12명도 지난 2월 나온 보고서에서 "모험적인 연구보다 단기(短期) 성과에 치중하느라 남들이 이미 이뤄놓은 기존 연구를 답습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학별 연구비 중 정부 지원 비중 그래프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5개 대학은 "대학 내 업적 평가 시스템부터 먼저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대는 전체 연구비의 85%(4358억원), 카이스트는 62%(1561억원)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가 기존의 계량적 평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완균 포스텍 연구처장은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연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구자들이 정부가 원하는 사업 방향에 맞춰 2~3년 안에 성과를 내는 쪽으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벨상 같은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5개 대학은 선언문에서 "연구 과제 수행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때 연구 주제가 모험적이고 도전적인지, 연구 취지에 맞게 연구가 수행됐는지 등 질적 평가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 과제 선정과 업적 평가 때 해당 분야 전문가 집단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관료들이 세세한 연구 방향까지 지시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과제 선정과 업적 평가 때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구체적인 연구 방향은 연구자들이 정하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언

지난 2013년 5월 전 세계 유명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 성과를 ‘논문 영향력(인용) 지수(IF·Impact Factor)’ 등으로 계량화해 평가하는 과학계의 풍토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하며 발표한 선언. 2012년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세포생물학회(ASCB) 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 논의된 게 발단이 됐다. 지금까지 과학자 1만26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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