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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김도연 포스텍 총장 “연구중심대학, ‘가치창출대학’으로 변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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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7 /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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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포스텍 총장 “연구중심대학, ‘가치창출대학’으로 변모해야”
제4차 산업혁명, 미래인재 양성 어떻게 할 것인가
newsdaybox_top.gif2016년 07월 06일 (수) 11:03:47김도연 포스텍 총장 btn_sendmail.gifeditor@kyosu.netnewsdaybox_dn.gif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었으며, 그 경쟁력은 독보적이었다. 이제는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구멍가게는 동네의 한 구석을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지구촌 어디에도 진출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는 결국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세계 어디에서도 버텨낼 열정과 실력 있는 인재를 기르는 일은 대한민국의 첫 번 째 과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인류사의 전환점에서 대한민국의 인재양성은 어디를 지향해야 하나? 과거의 교육제도와 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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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하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 사진제공= 한국연구재단 
 
최근 들어 인재의 핵심이 창의성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듯싶다. 이처럼 창의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추종과 모방으로 빠르게 발전해 오던 우리가 이제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른 때문일 것이다. 세계를 제패했던 우리의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이 요즈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물론 세계 경제불황과 부실경영 그리고 비효율적인 고용체계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덧붙여 중요한 점은 우리만의 독창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 융합산업인 해양플랜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설계기술이며 그 요체는 창의성이다. 옛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새로운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설계기술이다. 쫓기고 있는 생산기술력만으로는 우리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기에, 설계능력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심각한 점은 이런 문제가 대부분의 여타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바꾸어야 할 제도와 관습은 너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시험과 평가제도로 믿어진다. 인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시험과 평가는 불가피한 일인데, 이를 통해 창의성이 길러지고 창의력 있는 인재가 선택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경쟁력을 지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행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은 아주 심각한 걸림돌이다.
 
하루 종일 다섯 개 답안 중에 하나씩 정답을 골라내고, 이를 컴퓨터로 채점해 60여만명의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이 현재의 수능이다. 창의성은 이렇게 정답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길러질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참고로 다음은 작년도 수능 과학탐구영역의 시험 문제다.
 
문제: 휴대전화 통화에 대한 설명이다. 옳은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①ㄱ ②ㄴ ③ㄱ, ㄴ ④ㄱ, ㄷ ⑤ㄴ, ㄷ
 
<보기>
ㄱ. 통신에는 초음파가 사용된다.
ㄴ. 마이크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ㄷ. 안테나는 전자기파를 송신하거나 수신한다.
 
문제의 ‘있는 대로’는 복수가 정답일 확률이 높은 것을 암시하며 실제로 여기서도 ⑤번이 정답이다. 그런데 ‘있는 대로’가 붙어 있는 문제에서도 약 30%는 단수가 정답이었는데, 이는 결국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꼼수’일 따름이다. 이런 어지러운 시험에서 골라내고 찍어내어 정답 몇 개를 더 찾았을 때 학생들은 이를 ‘수능 대박’이라 부른다.
 
바깔로레아는 같은 또래의 학생들에게 같은 목적으로 시행하는 시험인데 여기 출제된 과학 문제의 예를 들면 ‘니코틴 섭취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를 장기적 그리고 단기적 관점으로 구분해서 기술하라’이다. 우리의 수능문제를 이와 비교해보면 아쉽다 못해 서글픈 마음까지 든다. 이러한 수능제도를 고수하면서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일시적으로 무리가 생겨도 이제 객관식 수능평가는 접어야 한다. 이를 위해 3년 정도의 기한을 갖고 전문가들을 모아 전폭적인 권한을 주면서 정부의 교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고등교육기관으로 사회와 맞닿아 있는 대학들은 인재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인류 문명의 진보는 자동차, TV,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구동돼 왔기에 이를 가르치고 배우는 이공계 대학의 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다. 융합학문의 시대에 이렇게 이공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미래지향적은 아닌 것으로 믿어진다.
 
우리가 맡고 있는 대학교육에 큰 변화가 필요한 외부 요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더욱 가속되고 있는 기술 자체의 발전
기술혁신의 주체는 100년전엔 전기와 자동차 그리고 50년전엔 컴퓨터였다. 바로 5년전에 도입된 스마트 폰에 의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바뀌었나? 우리는 과학기술 그 자체의 이렇게 빠른 혁신을 교육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120세까지 살아갈 오늘의 대학생들
현재의 교육은 대학 졸업 후 40 여 년간의 사회생활을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학생은 120세까지 살 것이며 그들의 사회활동은 대학 졸업 후 70여년이 넘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많은 대학생들은 10년 후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미래에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의 총체적 역량인데, 우리의 교육은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새롭게 전개될 대한민국 주변정세
남북통일은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그리고 중국은 1990년까지도 세계 총GDP의 5% 미만에 머물렀지만, 2005년엔 10%가 되었고 2015년엔 17%에 이르렀다. 우리의 대학교육은 통일과 중국이란 주변의 거대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확산되고 있는 교육방법의 혁신 
Coursera 등에는 세계유명 대학에서 제공하는 4천500여 개의 강의가 올라와 있다. MIT와 Georgia Tech. 대학 등은 이러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이용해 정규 학위를 수여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여겨도 될 것인가?
 
융합학문의 시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반세기 전과 동일한 교육 체제, 즉, 물리, 화학, 기계공학, 경제학, 철학 등에 대해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 융합학문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대학의 학부교육 혁신과 더불어 우리의 미래설계에 요구되는 또 다른 점을 꼽으면 이는 그간의 ‘연구중심대학’들이 한층 더 진화하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앞으로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이다. 그런 측면에서 옛 것을 익히고 거기에 기초해 새로움을 찾는 것, 즉 溫故知新은 앞으로도 대학이 영원히 지켜야 할 기본으로 믿어진다. 여하튼 대학의 핵심은 젊은이를 교육하는 일이다.
 
그런데 학생은 잠시 교육받고 떠나지만 평생을 대학에서 보내는 교수들은 知新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創新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세기 말엽부터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예를 들어 X-선을 찾아 내 1900년에 첫 번 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뢴트겐이나 그 후의 큐리 부인 같은 과학자들은 모두 대학교수였다.
 
이러한 대학의 연구활동을 국가가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국방에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예를 들어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과 더불어 미국공군은 비행 중에 얻어지는 수 많은 정보를 바로 분석할 수 있는 빠른 컴퓨터의 개발을 위해 MIT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그 결과로 1953년에 탄생한 磁氣메모리는 그 후 산업표준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 IBM사는 처음으로 이를 이용해 일반인을 위한 컴퓨터를 제작했다.
 
그런데 연구중심대학들은 21세기에 들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쌓여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새로운 지식을 創出하는 연구에 덧붙여 새로운 고용을 만드는 創職 등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를 Entrepreneurial University라 하는데 우리 말로는 기업가형 대학보다도 ‘價値創出대학’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MIT 동문이 만든 기업은 3만여 개로 여기에서 약 460만명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업체의 1년 매출액은 1조9천억달러(약 2천170조원)를 상회한다. 참고로 대한민국 정부의 일년 예산은 약 380조원이다. 그리고 2013년 중국 칭화대 대학기업의 순이익은 약 3천400억원, 북경대학은 약 3천150억원이었다. 우리의 당면 과제인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 하는 유일한 길도 대학들이 벤쳐 기업을 활발하게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도 2010년 이후 신규일자리의 60%는 벤쳐에서 만들어졌다.
 
가치창출대학은 회사창업이나 경영방식을 교육하거나 혹은 기업의 가치와 관행을 대학이 받아들인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연구성과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업화까지 추진하는 도전정신, 즉 기업가 정신이 가득한 대학문화 정착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치창출 대학을 이루기 위한 학내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의 관심과 응원도 필요하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이 글은 지난달 29일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이 재단 통합 7주년을 맞아 대전청사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인재 양성 방안’에서 기조강연 한 김도연 포스텍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발표문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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